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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좁은 방, 넓은 들’이라는 타이틀로 우리 주변에 사건이 있는 풍경들을 그림에 담고 있다. 좁은 방이 사람에게 필요한 면적의 땅이라면 넓은 들은 돈으로 환산시킬 욕망하는 땅을 말한다. 스스로 존재한다는 자연 본연의 의미를 잃어버린 우리시대의 주변모습은 이제는 너무도 익숙한 풍경이 되었고, 사람들은 주변의 모든 것을 자본의 가치로 환산한다. 그러면서 생기게 된 땅의 이야기, 강의 이야기, 사람의 이야기와 기록할 만 한 풍경, 기사를 통해 접한 사건이 있는 풍경을 찾아가 사생하고 기록하며 채집된 이야기를 화면으로 가져와 재조합한다. 

 도심외곽에 오랜 시간 거주하며 접한 풍경은 변화가 많다. 조용했던 작은 동네의 반 토막 난 뒷 산 부터, 없어진 놀이터에 들어선 상가건물, 무언가가 뚝딱 생기거나 없어지거나, 조각난 작은 땅도 돈의 가치로 새로운 것이 생기거나 없어지는 것을 반복 한다. 

 

 그런데 도심 한가운데에서도 견고한 담장 속에서 몇 년째 아무 일도 하지 않는 땅도 있다. 이러한 땅은 대체로 개발휴전 상태인 땅인데 내막을 알아보면 자본의 이해관계에 얽혀 가치를 돈으로 환산하기 어려운 땅이다. 바리게이트 속 인간의 손을 피한 잡풀들이 자유롭다. 돌아오는 길에 자본을 획득하지 못한 제 몸 하나 누일 땅조차 없는 이를 마주한다.  

 

 몇 년 전 녹조 층이 8센치가 되었다는 기사를 읽었다. 우리의 강은 간과한 사이에 아무 것도 살수 없는 강이 되고 있다. 강을 살리는 사업이라는 거짓 속에 흐르던 물을 파헤치고 가두고, 동물들과 물고기, 새들을 쫓아내며 만든 갇힌 강엔 녹조만 가득하다. 매 년 여름만 되면 심해지는 악취와 죽어가는 물고기 기사가 나지만, 이득을 얻은 누군가는 홍수를 막고 강을 맑게 해주는 좋은 사업이라고 말한다. 

 

 동계올림픽을 개최하며 몇 가지 다른 대안이 있음에도 원시림을 베어 버리는 선택을 했다. 많은 이들이 반대했지만 500년의 원시림을 갖고 있던 산은 누군가의 결정 뒤에 맞이한 포크레인과 톱의 춤사위에 속수무책이다. 그로 인해 잃어야 할 것들, 잃어버린 것들, 다시 돌아오지 않을 것 들이 늘었다. 베어질 나무에 매어진 노란 끈과 이식될 나무들에 매어진 빨간 끈, 이 백개의 빨간 끈 나무를 제외하고 오만그루의 나무가 베어졌다. 베어진 산의 끝에는 쉼을 위한 리조트 건설이 한창이다. 반대편 산에 나무와 암석이 절경을 이룬다. 리조트를 가운데 두고 두 산봉우리에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분양 초부터 작년까지 1단지와 2단지 사이에 존재하던 광장은 반 토막이 나버렸다. 시간이 지나며 생긴 1단지와 2단지 사이의 매매가 차이가 그 둘을 갈랐다. 그 둘을 가르게 한 돈의 잘못일까 인간의 잘못일까 더 이상 이 곳은 화합의 광장이 아니다.   

 

 몇 몇 도시를 옮겨 다니며 작업실을 사용 해보니 겉모습은 꽤 닮아있고 속 모습은 꽤 다르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럼에도 같은 모습을 띄려고 노력하는 도시의 모습들이, 애써 구분지어 보려는 사람의 마음과 태도가, 나의 모습이 애처롭다. 작은 땅부터 산과 들, 강, 사람에 이르기까지 주변의 모든 것을 자본으로 소비하는 지금의 우리와 우리의 자연에 관심을 갖고, 현재의 자연과 유령화 되어가는 사람을 펜과 종이, 모눈종이, 장지와 먹 새필, 기록한 정보와 드로잉, 주워온 물건으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2018 작업글

나의 주변, 환경, 사람 이 세 가지는 내가 늘 관심을 갖고 있는 소재이다. 내가 나를 둘러싼 변화된 환경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하면서 그 주변과 사람 또한 자연스럽게 관심이 생겼다.

 

 내가 살고 있는 마을은 서울 외각의 작은 마을이다. 꽤 오래 이 곳에서 생활하였기 때문에 어린 시절의 추억과 변화된 마을 풍경을 마주 하는 순간이 있다. 내가 기억하는 변화의 시작은 마을 입구의 놀이터를 상가 건물로 바꾸기 시작 하면서 부터였다. 놀이터와 무궁화 꽃을 잃은 아이들이 생겼는데 상가수입을 얻는 사람과 장사를 하는 어른들도 생겼다.

 

 두 번째 변화는 건너 마을 사람들을 신도시 개발을 위해 강제이사를 갔을 때인 것 같다. 막연히 내가 사는 동네도 아니고 개발 된다면 더 편리해지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러나 시의 예산이 모자라서 인지 이해관계가 엉켜있는 그 땅은 몇 년이 지났는데 그대로 이다. 바리게이트 속 건너 마을엔 사람이 없다. 대신 자유롭게 피어있는 잡초와 손질 되지 않는 나무와 나무더미가 멋들어지게 피어있다, 마치 잃어버린 자신들의 땅을 되찾은 듯이

 

 세 번째는 뒷산에 납골묘가 생겼는데 언제부턴가 우리 동네 뒷산이반 토막 나있었다. 명절이 되면 그 반 토막 난 산을 오르기 위한 차가 많아지면서 조용했던 마을은 혼잡하고 시끄러워 졌다. 개인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산을 소유하고 소비하며 양보를 강요한다. 그는 아름다운 나의 뒷산을 반 토막 내놓고는 불편을 감수해야 하는 소유하지 못한 자로 만들었다.

 

 우리 집엔 작은 정원이 있다. 처음부터 존재하였기 보다는 세를 주던 작은 건물을 없애고 잔디를 깔고 나무를 심어 정원으로 만들고 가꾸었다. 정원관리는 주로 아버지 담당인데 정원을 가진 아버지는 매우 행복해 보였다. 꾸준히 자라나는 잡초와 정원을 관리하는 아버지의 모습은 외로워 보인다.

 

 계속된 개발에 우리 주변의 나무들은 허리띠를 차고 있다. 처음 그들을 보았을 때 느꼈던 지치고 아파보이는 것도 잠시 금세 적응이 되어 이제 별로 감흥이 없다. 새로 생긴 공원의 나무들은 일정한 프레임 안에 허리띠를 차고 같은 간격, 같은 줄로 서 있지만 딱히 부자연스럽게 느껴지지 않는다. 

 

 권력자의 입으로 시작된 갇힌 강은 원래의 색을 잃고 녹색 빛을 띤다. 그로인해 부자가 된 사람도 있지만 강도 새도 물고기도 사람도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예전 작업실 앞 오래된 공원은 멋진 나무들이 즐비했다. 한 여름 오후 4시 반쯤이 되면 관리하시는 분이 나와 커다란 호수를 매고 나무에게 물을 준다. 매우 더운 날씨지만 그는 더워하는 나무들을 위해 물을 뿌려야한다.

 

 나는 작은 땅부터 산과 들, 강, 사람에 이르기까지 주변의 모든 것을 돈으로 환산하고 소비하는 지금의 우리와 우리의 자연에 관심을 갖고, 스스로 존재한다는 본연의 의미를 잃어버린 현재의 자연과 유령이 되어가는 사람을 펜과 종이, 장지와 먹 새필을 통해 그림으로 그리고 있다.

 

-2016 작업글

 나의 작업 소재들은 주로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에서 시작한다. 매일 반복되던 일이었음에도 낯설게 느껴지고 그 안에 다른 이야기를 찾아가는데 그런 관심들은 자연과 사람사이의 주체성 고찰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집안의 작은 정원에서 시작 된 사람과 자연에 대한 의문은 주변의 숲과 공원으로 번진다. 어린 시절 추억을 간직한 드림랜드가 몇 해 전부터 ‘북 서울 꿈의 숲’이라는 이름의 공원으로 조성되었다. 그 모습이 너무 감쪽같아서 이 전의 역사는 생각 할 수 없었다. 거대했던 놀이공원은 계획서에 의해 쉽게 새로운 공간으로 재탄생되었고 그 중심에는 편집자와 사용자의 위치로 사람이 존재한다.

 

파괴와 개발 속에 스스로 존재한다는 자연의 의미는 무색해 졌고, 파헤친 땅에 보상이라도 하듯, 자연 공간을 연출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흔히 친 환경적이라 말하는 공간 속에 우리는 편안함과 안락함을 느끼며 살아간다. 사실 이 공간은 언제 무엇으로도 대체 될 수 있는 불안전한 공간이다. 만들어진 풍경이 이제는 실제 풍경보다 더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이렇게 우리 눈에 익숙해진 풍경을 우리는 자연스럽다고 말 할 수 있을까

 

계획되어진 사각의 프레임의 공간 속에 나무들은 허리에 보호대를 차고, 같은 모습으로 같은 간격으로 정렬되어있다. 반대로 사각 프레임 속엔 다듬어 지지 않은 것, 누군가의 기준에서 감춰져야 할 것들이 비밀스럽게 있기도 하다. 우리의 주변 환경은 보여주고 싶은 것과 감춰야 할 것을 구별한다.

 

우리의 모눈종이 속 세상은 그려졌다 지워졌다를 반복하며 마치 자연의 물줄기조차도, 나뭇잎 하나 조차도 조각날 수 있는 상황이 그려진다. 나는 이러한 파편화 된, 만들어진 자연에 관심을 갖으며 그림 속에 등장 하는 프레임, 배경의 삭제를 통해 하나의 무대 속 자연을 만들고자 하였다. 종이와 먹, 새필, 물감 등의 기본 재료를 통해 소소하게 혹은 담담하게 사람과 자연의 관계를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2014 작업글

특기살리기●

군대이야기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건 꽤 어렸을 때부터이다. 아빠는 가끔 군대이야기를 해주셨다. 나에게 군대라는 곳은 환상의 공간이자 겪어보지 못한 남성만의 공간이다. (물론 아예 불가능 한 공간은 아니지만) 내 친구들이 군인아저씨가 될 무렵, 친구가 목숨걸고 나라에 충성한다는 위험성의 슬픔보다는 친구에서 아저씨가 될 것에 더 슬퍼했던 것 같다. 한편으로는 군인아저씨한테 보낼 초코파이와 편지 쓸 곳이 있다는 것에 기뻐하기도 했다. 군대라는 사회에 진입한 내 친구는 주로 운동장에 줄긋기를 했다고 했다. 선임들의 여자 친구의 얼굴을 그려주곤 px를 점령하고 페인트칠을 했다고 했다. 내 친구는 미술을 전공한다. 다른 친구는 삽질을 끝내주게 했다고 했다. 건축을 전공하던 친구다. 컴퓨터를 전공한 친구에겐 컴퓨터를 옮기는 일을, 일반인 상식으로 얼토당토 하지 않은 이야기들뿐 이었다. 직접 겪지 않은 남의 경험을 통해 얻은 이야기들은 여성인 나에게 호기심을, 그 공간에 대한 환상을 갖게 하였다. 개인이 어떠한 사회에 진입하면서 일반사회와 통용되는 공통된 실마리는 결국 특기 혹은 전공이라 할 수 있는데 군대라는 사회에서 통용되는 일반사회에서의 특기가 어떻게 풀이되고 있는지 관찰자의 시각으로 풀이 해본다. 그 것이 비록 실제의 군대와 다를지라도..

 

나의 집●

집이 변하고 있다. 네가 변하고 있는 것일까? 어제 내가 묶었던 그 집이 아니다. 집은 하나의 집일 뿐이지만 가족의 구성원에 따라 내가 느끼는 집의 모습은 천차만별이다. 몇 일전 언니의 외박이 주는 집안의 싸늘한 기운과 엄마의 장기 외출 시 그려지는 집안의 풍경, 아빠의 승진하던 날, 아무 일도 없던 날 등의 일상에서 내가 느끼는 집안 풍경에 대한 이야기를 해본다. 매일 같은 곳에 같은 위치에 놓여 진 사물들을 포용하는 집은 하나의 건물일 뿐이지만 마치 감정이 있듯 나를 대하고 있는 것 같다. 마치 구성원들의 기운이 반영되거나 집이 나에게 감정을 표출하거나..

 

 

-2012 드로잉작업에 대한 글

 

 

 

 

 인간은 타자와의 완벽한 일치를 꿈꾼다. 그러나 엄마뱃속에서 분리 된 이후로 타자와의 완벽한 일치는 이루어 질 수 없다. 사람들은 저마다 가슴속에 채워지지 않는 외로움, 공허함을 갖고 살아가는데 나는 이 감정에 주목한다.

 

화면 속 사람들은 한 명이거나 동일인물이 반복적으로 나타난다. 사람들은 자신의 공간에서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한다. 그것이 즐겁거나 즐겁지 않다 하더라도 묵묵히 자신의 일을 수행한다. 그 모습은 현대인들의 외로움을 극복하기 위한 자구책과도 같다. 타인의 시선을 외면한 채, 각자 자신의 영역을 가꾸는 이러한 모습은 현대의 스마트폰으로 비춰지는 풍경과 다를게 없다.

 

나의 화면의 대지 속 주로 한사람으로 묘사되는 인물들은 각기 다른 이야기를 갖는다. 그 이야기는 나 자신이 직접 겪은 일이거나 친구를 통해 혹은 기사를 통해 들은 이야기이다. 나의 경험을 통한 이야기들은 주로 사물 혹은 인물 등이 감정이 이입되어 표현되고 타인의 경험을 통해 얻은 이야기들은 절제된 감정으로 마치 대지의 끝에서 관조하며 바라보는 것과 같다. 그것은 나 자신이 경험하지 않았지만 나만의 감성으로 해석해 보는데 이 역시 놓여 진 사물들로 현재, 과거를 되 집어 볼 수 있다.

 

반복되는 물체 혹은 표현 방법은 이 세상이 끊임없이 순환되고 돌고 돌아도 결국 제자리로 돌아옴을 이야기 하는 것 이다. 화면의 정적인 요소들은 보는 이로 하여금 지루함과 따분함을 주기도 하지만 반면 안정된 화면을 구성하고, 몇 가지 사물로의 최소화된 화면 속 정물들은 저마다 상징성을 띄고 있다. 나의 화면엔 유난히 빈 화면이 많은데 사물의 개입을 최소화시켜 숨겨진 이야기 초점이 맞춰지길 원한다. 그것이 효과적인지는 아직은 더 많은 실험이 필요할 것 같다.

 

작업에 주로 사용되는 연필과 먹, 분채등 동양화의 기본 재료들은 그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것이다. 회화자체의 힘을 믿고 그 안에서 통재되지 않는 재료 혹은 통재 가능한 재료의 사용은 나 자신의 수행과도 같다. 기본적인 재료들은 보는 이로 하여금 편안한 분위기를 유도하지만 좀 더 나아가 다른 매체와 매제를 사용하는 것, 이야기를 좀 더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재료의 사용은 나에게 남겨진 과제이다.

 

-2011 작업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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